INTERVIEW

인터뷰 대상자 웹툰작가 닥터베르님 이미지

공학박사, 육아하는 아빠, 웹툰 작가, 소설가, 작사·작곡···
끝없이 도전을 이어가는 닥터베르 이대양 작가.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제자리에 멈춰있기보다는 한 걸음씩 변화를 향해 나아갔기에 그의 삶은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새로운 날들이 더욱 특별한 이야기로 채워지길 기대해본다.

공학박사, 육아하는 아빠, 웹툰 작가, 소설가, 작사·작곡···
끝없이 도전을 이어가는 닥터베르 이대양 작가.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제자리에 멈춰있기보다는 한 걸음씩 변화를 향해 나아갔기에 그의 삶은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새로운 날들이 더욱 특별한 이야기로 채워지길 기대해본다.

본문 제목 데코 이미지‘닥터앤닥터 육아일기’를 그린 웹툰 작가 ‘닥터베르’로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시는데요. 웹툰 작가 외에도 정말 다양한 이력을 갖고 계십니다. 본인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본문 내용 데코 이미지 저는 창작자 정보를 식별하는 고유번호인 ‘국제 표준 이름 식별자(ISNI)’에 만화가, 소설가, 작사가, 작곡가, 연구원으로 등록돼있어요. 만화 그리기, 논문 쓰기, 음악 만들기… 모두 다른 분야지만 결국 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 자신을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본문 제목 데코 이미지특히 ‘공학박사 출신 웹툰 작가’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어떻게 웹툰 작가로 활동하게 되신 건가요?

본문 내용 데코 이미지 사실 중학교 시절부터 작가가 꿈이긴 했어요. 과학 쪽에도 흥미가 있어서 공대로 진학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죠.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 ‘육아 휴학’을 하던 중,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어요. 몇 개월 동안 오른팔만 겨우 쓸 수 있는 상태였고,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글 쓰는 게 생각났어요. 그런데 목을 고정하고 누워 있으니 생각보다 키보드 치는 게 너무 힘들고 답답하더라고요. 차라리 모니터를 놓고 그림을 그리는 게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 웹툰 작업을 시작하게 됐죠.
제가 박사 과정을 하며 얻은 최고의 교훈이 있는데, ‘공부는 절대 쓸모없지 않다.’라는 거에요. 그림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작법서를 몇 권 사서 그대로 따라 하며 공부했어요. 배운 걸 원고에 그리다 보면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이걸 더 집중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맨 처음에는 공학 전공을 살려서 물리 웹툰을 그렸는데 잘 안됐어요. 그 후에 다시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육아 웹툰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죠. 네이버에서 정식 연재를 하게 됐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베스트도전 웹툰 올리던 곳에 공지하니까 몇 분 사이에 평소보다 댓글이 서너 배는 빠르게 달리는 거예요. 독자분들이 다 같이 축하해주신 거죠. 그제야 ‘됐구나!’하는 실감이 나서 엄청나게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닥터베르님 인터뷰 이미지

본문 제목 데코 이미지올해 3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닥터앤닥터 병원일기’는 환자들과 의사들의 사연을 담고 있는데요. 병원 이야기를 소재로 잡으신 이유가 있나요?

본문 내용 데코 이미지 육아일기를 완결하고 나서, 저의 암 경험담을 웹툰으로 그리기도 하고 소아암 환자들 대상 그리기 수업도 하면서 암 환자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했어요. 그 과정에서 교수님들, 환우분들 이야기를 많이 접하다 보니 작품으로 엮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면, 암에 걸렸다고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작가로서 가장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장기기증에 대한 에피소드도 그릴 예정이에요. 간암이나 신장 질환처럼, 심각한 경우 기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질병이 많잖아요. 다룰 만한 주제라고 생각했죠. 사례 조사를 위해 기증원에 먼저 연락해서 코디네이터분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현장에 계신 분들과 그렇게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누는 게 작가로서는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이번에 조사를 하면서 ‘장기구득코디네이터’라는 용어도 처음 들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아요. 기증과 이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사이에 정말 많은 과정이 있고, 설득의 시간이 있더라고요.
예전부터 아내와 함께 꾸준히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어요. 혹시나 우리 중 누군가 먼저 떠나게 된다면 기증해도 좋을 것 같다고요. 저는 아마 혈액암 때문에 기증이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아내는 여전히 장기기증을 희망하고 있어요. 만에 하나 그런 순간이 온다면 아내의 뜻을 존중할 생각이에요.

본문 제목 데코 이미지트램펄린에서 추락해서 척추가 골절되기도 하고, 웹툰 연재를 정식으로 시작하던 시기에 혈액암 진단을 받기도 하셨죠. 굉장히 큰 위기를 두 번이나 겪으셨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셨나요?

본문 내용 데코 이미지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척추가 부러졌을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시기였어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자괴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머리를 감을 수도 없으니까 드라이 샴푸를 써도 너무 가렵고 괴로운 거예요. 그래서 아내한테 부탁해서 삭발을 했어요. 아내가 바리깡으로 제 머리를 밀면서 펑펑 울더라고요. 그런데 삭발을 하고 물수건으로 머리를 싹 닦으니까 너무 시원하고 쾌적한 거예요. 힘든 상황에서도 작은 아이디어를 내서 실천으로 옮기니 이렇게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구나 싶었고, 다음엔 또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죠. 그냥 누워 있지만 말고 글을 써보자, 그림을 그려보자 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게 되더라고요. 절망적인 상황을 한 번에 뛰어넘는 건 무리지만, 한 걸음 앞으로 가는 건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하루 죽어가는 만큼 앞으로 간다.’가 제 좌우명이에요. 결국 저는 언젠가 죽을 테고, 오늘도 제 남은 날 중 하루는 없어지는 거잖아요. 돌이켜 봤을 때 나는 그대로 꾸준히 내 길을 갔다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쉬어갈 때도 있겠지만 그저 포기한 채 주저앉아 있지는 말자는 거죠.
강연을 다니다가 한 사람 인생에서 그렇게 연속으로 안 좋은 일을 겪었는데 괜찮으시냐는 질문을 들은 적도 있는데요. 여러분 앞에 서서 이렇게 강연을 하고 있는 건 제가 제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증거인 거라고 얘기했어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걸 모두 딛고 일어났기 때문에 결국 제 이야기가 되고 정체성이 된 거죠.

본문 제목 데코 이미지아들 레서가 태어나면서 여러모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셨을 듯한데요. 레서를 키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인터뷰 대상자 닥터베르님 이미지

본문 내용 데코 이미지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는 막연히 비행기 태워주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하는 육아의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근데 그게 생각보다 먼 얘기더라고요. 빵긋 웃는 걸 보기까지 한 달도 넘게 걸렸어요. 그전엔 온종일 울거나 멍하게 있는 애를 씻기고, 재우고, 밥 주고, 치우고… 무한반복이었어요. 사실 되게 우울했는데, 나중에 아이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갈 때쯤 그게 무엇을 위한 시간이었는지 깨달았어요. 보통 부모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저희 아들은 ‘아빠가 몇 시간 있다가 데리러 올게.’ 하면 처음부터 잘 적응해서 지내더라고요. 내가 그 시간 동안 아들과의 신뢰를 쌓은 거구나 싶으면서 보상받은 기분이 들었어요.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서 저희 아들에게 ‘마음이 참 단단한 아이’라고 해주셨는데, 제 기준에서는 최고의 칭찬이었어요. 요즘은 뭐든지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시대잖아요. 아들의 마음이 단단하다는 건,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계속 지켜주고 싶어요.

본문 제목 데코 이미지작가님께 ’가족‘의 의미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본문 내용 데코 이미지 저에게 있어 가족은 제 팬이자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제 인생의 1호 팬은 어머니예요.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뻘짓을 많이 했는데, 저희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많이 지지해주셨어요. 고등학교 수험생일 때도 코스프레 대회에 나가겠다고 했더니 옆에서 바느질을 같이 해주시고, 행사장에 가서 사진도 찍어주셨고요. 돌이켜보니 부모로서 정말 대단하신 거였죠. 나중에 여쭤보니 저는 하겠다고 하면 반드시 하는 아이라, 그걸 빨리 마무리하고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대학생 때 소설을 출간했을 때는 팬클럽이 생겼는데, 그때 운영진 중 하나가 지금의 제 아내예요. 저는 제 팬이랑 결혼한 거죠. 육아일기로 웹툰을 그려보라는 아이디어도 아내가 내준 거고, 암 진단받고 치료할 때도 아내 덕분에 힘든 시기를 버텨냈어요. 아내가 바로 사직서를 내고 ’내가 의사가 된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바로 당신을 살리기 위한 거다.’라고 얘기하면서 간병을 해주었죠.

본문 제목 데코 이미지마지막으로 이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분들과 생명나눔을 실천하신 유가족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본문 내용 데코 이미지 이식대기자 여러분, 기다리는 일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이 있기에 기다림 속에서 꿈을 꿀 수 있죠. 그 꿈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바라며,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소중하고 고귀한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 여러분. 그 뜻깊은 결정이 어디로 가서 누구에게로 가서 결실을 맺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기증이 더욱 활성화되어 어떻게 기적을 낳고 생명을 이어가는지 주변을 통해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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