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큰아들인 임남규 군이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는데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드님이 그리우실것 같습니다.
남규는 한마디로 ‘착한 아이’였어요. 맏아들로 커서 그런지 항상 동생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양보하고 배려하는 게 몸에 배어 있었죠. 아이들이 어릴 때 같이 바다낚시를 가곤 했는데, 남규가 처음 물고기를 잡았을 때 굉장히 좋아하던 순수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남규 군을 먼저 떠나보내고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 생명나눔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하셨다고요. 유가족, 수혜자, 기증희망등록자 등으로 구성된 ‘생명의소리합창단’에도 참여하고 계시지요?
2018년부터 합창단 활동을 했으니 벌써 꽤 오래됐네요. 원래 음악과는 접점이 없는 사람이라 합창단도 전혀 생각을 못 했는데, 유가족 모임에 갔다가 한번 해보라고 해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아내, 둘째 아들, 딸까지 온 가족이 다 했었는데 지금은 아내랑 저만 활동하고 있죠. 제가 참여했던 첫 번째 공연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합창곡 중에 ‘붉은 노을’이라는 곡이 있었는데, 남규가 살아있을 때 가장 좋아하던 노래였거든요. 장례식 때도 이 노래를 계속 틀어놨었어요. 정말 우연히 이노래를 부르게 된 건데, 무대에서 갑자기 아들 생각이 나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학교나 기관에서 장기·인체조직기증에 대해 교육하는 ‘생명나눔 전문강사’, 기증자 유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멘토단’으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학생들에게 생명나눔에 대해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2020년부터 생명나눔 전문강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사실 어린 친구들한테는 장기기증이 크게 흥미 있는 주제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처음 교육을 나갈 때는 조금 힘든 점도 있었죠. 지금은 최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딸아이한테 하듯이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너무 장기기증 얘기만 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한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편이에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거니까요. 교육을 듣는 모든 학생이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열 명 중 한 명이라도 제 얘기를 듣고 자신감, 자존감이 올라간다면 좋을 것 같아요.제5회 생명나눔 주간 기념식 유공자 표창(9.14.)
올해 9월, ‘생명나눔 주간 기념식’에서 장기기증 활성화 및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으로 표창을 받기도 하셨어요. 감회가 남다르셨을 듯합니다.
사실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받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했고요. 시상식 가서 보니까 상 받는 사람 중에 유가족은 저뿐이더라고요. 앞으로도 생명나눔을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죠.기증자 故 임남규 군
장기기증 또는 생명나눔을 한 단어로 표현해주실 수 있나요?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나눔, 기증, 희생은 모두 사랑이 없으면 할 수가 없어요. 남을 위하는 마음은 결국 사랑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마지막으로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의 별이 된 자랑스러운 아들, 임남규 군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남규야.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언젠가는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날 거야. 그때까지 행복하게 지내.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