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생명나눔 홍보대사로 위촉되셨는데요. 어떻게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되셨나요?
가장 친한 친구인 개그맨 이동우 씨가 기증희망등록을 했다고 해서, 저도 예전부터 장기기증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올해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님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원장님 만난 김에 저도 기증희망등록 생각이 있어서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게 인연이 돼서 홍보대사까지 하게 된 거죠.홍보대사로서 생명나눔을 위해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요?
특히 저는 아이들한테 관심이 많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기기증이라는 나눔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 시선에서 장기기증을 표현한 동화를 만들어서 읽어주는 거죠. 어렸을 때부터 생명나눔을 접하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그게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을 거예요.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훨씬 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믿어요. 내 소중한 몸이 소임을 다했을 때 그냥 없어지지 않고 정말 절박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새로운 빛을 줄 수 있구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장기기증 또는 생명나눔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한 문장으로는 ‘우리가 남이가.’, 한 단어로는 ‘한 몸’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일심동체’라는 말도 있잖아요. 마음만 하나가 아니라 모두의 몸도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나한테는 이제 필요 없는데 내 몸의 일부가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그사람이 도움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런 생각으로 살면 내 몸도 더 아끼게 되고 타인의 몸도 더 소중해질 거고요. 나눔이라는 게 참 어려운 거죠. 사실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먼저 바뀌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에 이어령 교수님이 쓴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요.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에요. 죽음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게 되면 오히려 삶이 밝아진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지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면 어떨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장기기증도 내가 필요 없는 부분을 이 세계에 있는 사람에게 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숭고한 의식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선행이자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1992년 데뷔 후 지금까지, 개그맨, 가수, 연기자, 진행자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롱런하고 계시는데요.
솔직히, 처음엔 부자가 되고 싶어서 개그맨을 꿈꿨어요. 중학교 2학년 때, TV에서 개그맨 선배님들을 보면 다 화려해 보이고 최고인 것 같더라고요. 개그맨이 되면 저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운도 좋고 타이밍도 좋아서 잘 풀렸죠. 개그맨 다섯 명이서 그룹으로 함께했던 ‘틴틴파이브’ 활동도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었어요. 각자 활동하면 다들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합치면 시너지를 내는 희한한 조합이었죠. 제가 했던 활동들은 거의 다 생생하게 기억해요. 대부분 직접 대본을 쓰고 아이디어를 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연기를 잘하거나 대본을 잘 쓰는 개그맨이 오래간다고 봐요. 저는 직접 기획하고 아이디어 내고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아직까지 저한테 기대하는 누군가도 있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영화 소개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의 ‘영화대영화’ 코너에서 ‘영화 사기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깔난 진행 실력을 보여주셨습니다. 최근 ‘영화대영화’ 코너 진행 20주년을 맞기도 하셨죠.
예전에는 틴틴파이브 김경식, 딱따구리 김경식, 이런 수식어가 있었다면 지금은 영화 소개하는 김경식, 영화 사기꾼 김경식, 이걸로 다 설명이 가능하죠. 축약해서 설명하고 소개하는 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할 자신 있어요. 사실 20년 동안 진행한 게 대단한 게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한 직업 20년간 해오신 분들 많고요. 20년간 아버지 노릇, 어머니 노릇 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우리 주변에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해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는 게 맞죠. 한 가지를 꾸준히 했을 때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저보다 더 대단하신 분들이 많아요. 한편으로는 책임감과 무게감도 느껴요. 지금 이 자리에서 실수 한번 하면 여태껏 쌓아 올린 거에 금이 갈 수도 있으니까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항상 대중에게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는데요. 어려운 일이나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살다 보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생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고민이 생기면 빨리 잊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청소를 합니다. 옷장 정리, 변기 닦기, 운동화 빨기…. 이런 단순 노동을 하면서 주변을 다 깨끗하게 해놓고 다 잊어버려요. 깨끗하고 정돈된 데서 새로운 느낌을 받거든요. 몇 시간 전의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분이랄까요. 다음 단계로 가서 저를 힘들게 했던 그때 그 일을 돌아보면 또 다른 느낌이 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살아가면서 꼭 지키고 싶은 자신만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나요?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내가 되자.’ 유머 감각이 있으면 천하무적이 되죠. 아무리 딱딱한 자리라고 해도 재미있는 말 한마디로 부드럽게 만들 수 있어요. 무거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을 한순간에 녹여버리고 부담감을 덜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마지막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하신 기증자와 그 가족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쉽지 않은 결정에 정말 감사드려요. 죽음이라는 관문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고, 어둠이 아니라 빛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그 빛은 눈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가슴으로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선한 영향력은 세상에 계속 펼쳐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