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화와 추억을 나눠 온 수빈이에게
수빈아 안녕.
지금 미네소타는 12:39분이야. 토론토랑 미네소타는 한 시간 차이 나는데 지금 수빈이 네가 있는 곳과는 얼마나 시차가있는지 잘 모르겠네.
나는 요즘도 한결 같이 바쁘게 지내고 있어. 그 와중에도 인종차별은 벗어날 수 없나봐.
몇 주 전에 알바하는 곳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얘들이 갑자기 내 탓을 하는거야.
나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나를 혼자 두고 라운지 문을 닫고 나가버리더라. 너 내가 얼마나 깔끔 떠는지 잘 알잖아. 완전 말도 안되는 소리지.
너무 속상해서 핸드폰을 들었다? 순간 멈칫했어. 손이 갈 길을 잃어버린거지.
이럴 때 항상 네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화내줬잖아.
3월 달에도 인종차별 당해서 화났을 때, 수빈이 네가 같이 화내줬잖아.
겨우 4개월이 지나고, 계절이 딱 한번 바뀌었을 뿐인데 그 사이 너무 먼 곳을 간거 아냐? 보고싶어.
요즘 계속 네 생각이나. 아니 사실은 너의 흔적과 너랑 나눈 추억들이 계속해서 너를 떠올리게 해.
작년에 같이 찍은 인생네컷.
그때 같이 골랐던 샌들.
네가 무신사 스타일이라고 한줄평을 내준 모자와 치마.
시은이 네가 사지말라고 말리는데도 굳이 굳이 사버린 뚜껑 없는 백팩.
너와 같은 사양, 같은 색깔의 맥북.
나 잠 못잔다고 작년 생일 선물로 보내준 아로마 스프레이. 이 모든게 아직도 내 방에 있어.
저번주에 드라마를 하나 보는데 말이야, 익숙한 얼굴의 배우가 나오더라고?
너랑 같이 <아트> 보러 갔을 때 연기한 배우더라.
이 연극 기억나? 나름 재밌다고 해줬잖아.
최근에 나한테 뉴욕 가봤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몇 있다?
가봤다고 하면 꼭 누구랑 가봤냐고 물어보더라.
그리고 동료중에 홍콩에서 산 사람이 있어.
그 이야기 듣자마자 너랑 함께 떠난 홍콩 여행이 떠올랐어.
정말 많은 곳에서 많은 순간에 네가 떠올라.
네가 내 삶에 얼마나 깊숙하게 들어외있는지도 매번 깨달아.
수빈아, 아프지 않게 잘 지내고 있지? 그거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