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대
안녕 구대
새벽까지 메모장에 몇 번이고 쓰고 지우고하다가가 도저히 용기가 안나서 기도하면서 잠에 들었어
하나님 제가 소영쌤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은데 용기를 주세요
근데 또 정말 이렇게 쓰게 되면 진짜 인정하는거 같아 너무 미안한데 제 마음만 생각해서 그래도 가져도 될까요
결론이 안 난채 난 잠들었는데 꿈에 쌤이 나왔다?
어제 진 제대였잖아? 그래서 난 또 쌤이 생각났지? 쌤은 정국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같은 멤버니깐
뉴스에 진 얘기가 나올때마다 쌤을 생각했고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심지어 어제는 정말 힘든 하루였고 그래서
꿈에서 우린 똑같이 점심 시켜 먹으면 정국 얘기를 했어 역시나 쌤은 정국이 군대에 잘 적응 할까 걱정을 하더라구 그러면서 이런저런 정국 동영상 보여줬어
그래서 내가 쌤한테 걱정말라고 말 하지 말고 밥 먹으라고 했자나
쌤 얘기하면 밥 안 먹고 얘기만 하다 쫌 먹고 배부르다고 하니깐 허허 내가 저렇게 말하면 웅! 하고 밥 한 숟갈 퍼서 먹었었는데
근데 알지? 이거 우리 진짜 얘기했던 내용인거? 꿈에서도 아 예전에 이거 얘기한거 같은데? 하고 생각했어
그러다 알람소리에 깼고 난 결심했지
구대 잘 있어?
난 잘 있어 시간이 이렇게 지난다는게 그래도 생활을 해야한다는게 참 어처구니가 없게 미안하지만 지내고 있더라
학교는 벌써 방학이야 시간 참 빠르지 근데 또 방학이면 뭐해 방학때 우리가 제일 바쁜데
있잖아 어제 4월부터 비워져있던 쌤 자리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어
쌤 말구 내 옆자리에 누가 있다는 생각 해본적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 앉아있더라
화요일마다 혼자 문 열고 들어가서 불키더라도 아 오늘은 쌤 셔틀이 쫌 늦나부다 생각하고 일했는데 회의 갔다가 와서 쌤 자리에 없는거 보고 화장실 갔나
갔다오면 회의 얘기해줘야지 투덜대야지 했는데
내가 화장실갔다가와도 회의갔다와도 사람이 있는데 쌤이 아닌게 참 기분이 그렇더라고
미어캣처럼 몰래 날 보는 쌤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자리에 앉은 선생님한테 미안하지만 왜 저기 앉아있지 소영쌤 자린데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분당 내 옆자리는 구대인데
회의갔다 와서 아님 중간중간 일할때 쌤한테 했던 넋두리나 투덜거렸던걸 이제 속으로 마음속으로 말해
근데 가끔 쌤이 해줄거 같은 공감이나 조언이 말소리로 들린다?
그리고 분당 출근하면 문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내 마음속 말에 쌤이 항상 답을 해줘
안녕 구대 (왔어~) 우리 9시까지 쫌 엎드려 있을까 (이미 엎으려있는 구대가 좋아~) 아니 이 교수님이 말이야 (모야 누구야 누가 또 헛소리를 해!!!)
아휴 왜캐 추어 (그러니깐 나 장판 틀었잖아 안되겠어 전화해야겠어) 밥 모먹지 (떡볶이 어때!!)
택배 가질러 갈 사람~! (저요~!) 회의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세요~) 우리 과장 왜그러지? (모야 얘기해바 또 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어)
또또 커피 마시지!!!! (5시까지는 괜찮아~ 마셔두 된다구~) 퇴근준비하자~ (나 양치하고 올께~)
분당에서 일하면 항상 쌤이 있어 근데 쌤 자리엔 다른 사람이 있어
그동안 쌤이 하늘에 있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어떻게 쌤을 보내
길게 휴가를 써서 놀러갔는데 핸드폰 잘 안 보는 쌤이 신나게 놀고 있구나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겠지 이렇게 회피했어
지금도 그래 별 다를게 없지만
그래서 쌤한테 편지 쓰러 사이트 들어오는것도 얼굴보러 가는것도 더 무섭고 힘들어
여전히 무너질때도 있어
지난번엔 출근하면서 노래 듣는데 가사에 꽂혀서 마스크 써고 있어서 다행이지 버스에서 콧물 흘리면서 내렸잖아
미안해 쌤 내가 더 빨리 연락했더라면 더 집착했더라면 계속 자책하고 후회해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떨린다? 항상 이 마음 가지고 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많이 부족한 나랑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께
아직 쌤 보러 가는거는 좀 많이 무서워 보고싶은데 쫌만 기다려줄 수 있을까?
편지 쓰는거 용기낸거처럼 쫌 더 단단해져서 갈께
미안해 정말루
아 맞다 과장이 학과 sns만들래,,, 나 어캐 진짜 하 우선 계정 생성한다고 시간 벌긴했는데 하 진짜 어캐 쌤 너무 열받아!!!!!!
휴우 이너피스
또 내가 투덜대러 올께 내구대
아래는 내가 아까 말한 노래 가사야 내 마음이야
그대 떠나가는 그 순간도 나를 걱정했었나요 무엇도 해줄 수 없는 내 맘 앞에서 그대 나를 떠나간다 해도 난 그댈 보낸 적 없죠 기다림으로 다시 시작일 테니